여행과 자연

양양 낙산사 숨어있는 매력을 찾아서

하르방 2020. 11. 29. 11:48

애틋함이 앞서는 양양 낙산사, 강원도 산불의 아픔을 딛고 중건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새로운 볼거리를 보여주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이 가능하고, 테마가 있는 낙산사 길을 밟으며 여기저기 숨어있는 볼거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특별하다기보다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독차지하거나 그러지 못한 볼거리가 맞는 말일 것이다. 아주 오래전 방문했던 낙산사의 가물거리는 기억을 되짚으며 숨어있는 매력을 찾아본다.

 

 

숨어있는 매력 하나, 맛있는 '낙산배' 시조 목

주차장에 차를 대고 일주문을 지나 소나무숲길을 유유자적 거닐다 보면 낙산사 관문인 홍예문을 만난다. 매표소에서 티켓 구입 후 들어선 홍예문 입구에는 한눈에도 부티(?)나는 반송이 양 길가에 사열하듯 반겨준다. 가까이 가서 보니 방귀 꽤나 뀐다는 양반들이 기념식수를 한 것들이다. 그에 앞서 오른쪽에 가장 먼저 비범한(?) 볼거리가 반겨준다. 맛좋기로 유명한 '낙산배 시조목'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조목, 얼마나 귀하고 뜻깊은 나무인가?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매력으로 기념비를 읽어보는 정도는 작은 예의일 것이다.

 

(난산배 시조목과 기념비)

 

매력 둘, 낙산사 테마길

'낙산배시조목'을 뒤로 잘 정돈된 길을 걷노라면 길에서 길을 묻는 이들을 위한 '낙산사길 안내도'가 보인다. 어떤 경로를 통해 어디를 갈지 쉽게 결정할 수 있어 든든하다. 자세히 보면 각 코스마다 '꿈이 이루어지는 길', '설렘이 있는 길', '마음이 행복해지는 길', '소원이 이루어지는 길', '해맞이길', '근심이 풀리는 길'과 같은 테마가 있어 옮기는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길에서 길을 묻는 우리 모두를 아늑하게 품듯이.....

 

 

 

매력 셋, 세발 두꺼비(삼족섬)

삼족섬, 발이 3개인 두꺼비를 일컫는 말이다. 낙산사 해수관음상 복전함 아래와 홍련암 복전함  위에는 삼족섬이 자리하고 있다. 삼족섬은 먹기만 하고 배설은 하지 못하는 전설 속의 동물이다. 낙산사 삼족섬은 복전함 아래 또는 위에 자리해 신도들이 주는 복전을 열심히 받아먹고 있다. 돈만 삼키고 있는 두꺼비를 만지면 어떨까? 분명 부자가 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 손때 자국이 역력하다.  더군다나 삼족섬은 두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의 절실함이 만든 손때 이리라!

 

(위는 해수관음상 삼족섬. 아래는 홍련안 삼족섬)

 

매력 넷, 동전받는 스님

낙산사 보타전 앞에 위치한 보타루 아래에는 연꽃이 피고 지는 연못이 있다. 가장자리에서 약 10m 거리에 바구니를 든 스님이 정좌한 채 해맑은 웃음을 머금고 있다. 소원을 빌며 던지는 동전을 받는 이벤트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동전을 힘껏 던져본다. 들어가면 소원이 이루어질 것 같아 기분이 좋고 그렇지 않아도 던지는 재미가 있다. 마침 연못을 청소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 물이 빠진 풍경이다. 바구니에 들어가지 못한 동전이 가을 햇살에 반짝거린다.

 

 

 

 다섯 번째 매력, 공중사리탑

낙산사에는 다른 곳에 비해 많은 보물과 유형문화재가 있다. 아쉽게 산불에 녹아버린 범종은 사라졌지만 칠층석탑, 건칠관음보살상과 더불어 공중사리탑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공중사리탑은 산불이 나기 전에는 울창한 소나무 숲에 가려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산불에 손상된 것을 해체 보수 중 진신사리와 사리장엄구가 발견되었다. 공중에서 진신사리가 떨어졌다고 해서 공중사리탑이라 부른다. 

 

(보물 1723 공중사리탑)
(칠층석탑과 해수관음상)

 

 

여섯 번째 매력, 의상대와 노송

우리나라는 전국 어디를 가나 소나무가 멋진 매력포인트로 자리하고 있다. 낙산사 역시 소나무와 건물이 앙상블을 이뤄 멋진 매력을 발산하는 곳이 있다. 바로 의상대와 의상대 뒤에 버티고 선 소나무다. 의상대는 관동팔경 중 으뜸으로 일출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의상대 정자와 더불어 멋진 풍경을 연출하는 소나무의 자태는 더욱 아름답다.

 

 

일곱 번째 매력, 연하당 풍경(風磬)

의상대를 지나 홍련암으로 가는 길에는 연하당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여성 불자들이 묵는 곳으로 금남의 장소다. 연하당 끝에는 홍련암 가는 계단이 있고 계단이 끝나가는 위치에 연하당 풍경이 귀여운 목어와 함께 눈길을 끈다. 홍련암에서 나오다 보면 바다 수평선과 어울려 귀여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덟 번째 매력, 홍련암 법당 구멍과 관음굴

홍련암은 절벽 위에 지어진 암자다. 홍련암 아래는 관음굴이 있지만 접근이 불가능하고 유일하게 홍련암 법당 바닥에 난 담뱃갑 크기의 구멍으로 입구만 확인이 가능하다. 어쩌면 관음굴이야말로 진짜 숨겨진 볼거리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 덕분에(?) 구멍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아홉 번째 매력, 홍련암 해국

해국은 육지에 피는 국화로 불린다. 7월부터 11월까지 꽃을 피우며 바다의 강한 바람과 햇살을 이기는 강인한 식물로 우리나라가 원산지다. 연보라에 가까운 꽃이 절정기에 모여서 피는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 홍련암 해국은 이제 한 해를 마치고 새해를 맞이할 준비에 한창인 모습이다.

 

 

열 번째 매력, 의상기념관 첼로와 바이올린

의상기념관은 의상대사 관련 자료와 낙산사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또한 산불로 인해 소실된 낙산사 복원사업에서 출토된 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오래된 토기, 청자, 백자, 기와, 상평통보도 전시되어 있다. 또한 양양 산불의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 불에 녹아버린 범종의 일부분과 불에 타고 남은 원통보전 대들보로 만든 첼로와 바이올린이 전시되고 있다. 첼로와 바이올린은 명인의 손길로 제작되었다.

 

 

 

낙산사는 관동팔경 중 으뜸이라고 할 만큼 잘 알려져 있어 두말하면 잔소리다. 큰 산불의 아픔을 딛고 복원된 낙산사의 모습은 어쩌면 더 오랜 앞날을 기약하기 위한 발돋움일지도 모른다. 다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듯이 낙산사에는 숨겨진 더 많은 볼거리가 있을 것이다. 여행객에게 이러한 볼거리를 찾아내는 즐거움은 또 하나의 기쁨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