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자연

오대산 상원사 보물을 찾아서......

하르방 2020. 6. 14. 12:47

오대산......

동대, 서대, 남대, 북대를 비롯해 가운데 중대까지 다섯 개의 대(臺)가 오목하게 원을 그린 산세가 마치 연꽃잎에 싸인 연심과 같다고 해서 불리는 이름이 오대산이다. 주봉은 비로봉(1,565m)으로 호령봉, 상왕봉, 두로봉, 동대산의 고봉이 솟아있으며 노인봉 아래로 천하의 절경 소금강이 자리한 명산이다. 또한 세조와 문수보살, 고양이의 전설이 깃든 상원사와 월정사가 자리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산이기도 하다. 전설을 따라 보물을 찾아보았다.

 

 

상원사는 월정사에서 약 10㎞ 더 들어가야 한다. 때문에 상원사 가는 길은 월정사를 덤으로 거치게 되는 여행이기도 하다. 오대산 등산까지 계획한다면 아침일찍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상원사 주차장에서 약 200여 m 떨어진 거리에 상원사는 자리하고 있다. 상원사 초입에는 세조가 목욕하기 위해 의관을 벗어 두었던 관대 걸이가 전설 속으로 이끈다.

 

 

 

상원사는 그다지 큰 사찰은 아니지만 한암, 탄허, 만화 삼화 상의 부도탑이 먼저 눈길을 끈다. 바로 상원사로 오르는 것도 좋지만 운동삼아 부도탑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조계종 초대 종정 한암 스님은 근대 한국 불교의 선지식인이셨다. 탄허 스님은 유, 불, 도에 통달한 대석학으로 한암 스님의 인연으로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만화 스님은 한암과 탄허 스님의 수행가풍을 계승 진작한 오대산의 버팀목으로 상원사의 상징이기도 하다.

 

 

 

좌로부터 한암, 탄허, 만화 스님의 부도와 탑비가 나란히 모셔져 있다.

 

 

 

발길을 돌려 상원사 가는 번뇌가 사라지는 길을 따라 걸음을 디뎌본다. 오대 서약은 생명을 존중하고, 남의 것을 탐하지 아니하며, 바른 행동과 타인 존중 및 입조심, 밝은 생활로 올바른 삶을 살자는 서약이다. 오대산의 오대 서약인 셈이다.

 

 

 

번뇌가 사라지는 길은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서서히 경사도가 심해져 상원사 입구에 다다르면 누구나 가쁜 숨을 몰아쉰다. 세속에서 쌓인 온갖 번뇌를 가슴속 깊이로부터 몰아내려는 듯......

 

 

수양대군 시절 권력에 집착해 조카인 단종을 몰아내고 스스로 조선의 왕이 된 세조, 결과야 어떻든 스스로 쌓은 업보로 피부병을 얻게 된다. 마침 상원사를 찾다 동자 모습을 한 문수보살을 만나 피부병이 낫게 되고 이를 인연으로 문수보살 동자상을 만들어 상원사에 모시게 된다. 이것이 세조와 문수보살의 인연이 깃든 전설이다.

 

상원사 계곡에서 목욕을 하던 세조가 지나가던 동자에게 등을 맡긴 후 '누가 묻거든 세조의 등을 밀어주었다고 말하지 말거라'라고 말하자 동자가 세조에게 '훗날 누가 묻거든 문수보살이 등을 밀어주었다고 말하지 말거라'라고 했다 한다. 이후 세조의 피부병이 깨끗하게 나았고 세조는 자신이 본 동자 문수보살상을 만들어 봉안했다고 한다. 국보 제221호다.

 

 

 

또한 상원사를 찾았다 법당에 숨어든 자객을 찾게 한 고양이의 전설을 담아 법당 앞에는 세조의 목숨을 구한 두 마리의 고양이 상을 볼 수 있다. 고양이상이 사찰 법당 앞에 자리한 것 자체가 이상하지만 세조와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상원사에 도착한 세조가 법당에 들어가려고 하자 두마리의 고양이가 한사코 세조의 가랑이를 잡고 늘어져 수상히 여긴 세조가 법당을 조사하여 자객을 잡았다고 한다. 이후 고양이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고양이상을 세웠다는 전설이다.

 

 

 

상원사 동종은 대한민국 국보 36호다. 725년에 주조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종으로 음향이 맑고 깨끗했다고 한다. 현재는 종을 보호하기 위해 치지 않는다. 이 종은 세조가 상원사에 바치기 위해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종을 수소문해서 상원사로 보낸 종이라고 한다.

 

대웅전에 해당하는 문수전을 뒤로하고 적멸보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달마대사를 조각한 상과 사찰에 묘하게 어울리는 동자상이 눈길을 끈다.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에 사자암을 만나게 된다. 경사가 가파른 계곡을 따라 현대식으로 들어선 건물이 왠지 어울리지 않지만 아래로는 상원사, 위로는 적멸보궁으로 가는 중간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사자암에서 적멸보궁으로 이어지는 길은 돌계단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한 산행이 가능하다. 또한 군데군데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어 적멸보궁을 찾는 불자들의 걸음걸이를 가볍게 해 준다.

 

적멸보궁 삼거리는 오대산 비로봉으로 가는 길과 적멸보궁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부처님 오신 날 걸린 등이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을 안내한다.

 

적멸보궁은 자장율사가 부처님 진신사리와 정골을 모신 사찰로 국내에 5대 적멸보궁이 있다. 설악산 봉정암, 영월 법흥사, 함백산 정암사, 영취산 통도사 그리고 상원사가 여기에 해당된다. 상원사 적멸보궁은 구조적으로 내외부 이중으로 지어진 유일한 건물로도 역사적 가치가 인정받아 보물 1995호로 지정되었다.

 

 

2019년에도 이때쯤 찾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온전한 적멸보궁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지 못했다. 적멸보궁을 지키는 사자상이 엄중한 감시의 눈초리를 보내는 듯하다.

 

 

적멸보궁에는 부처님을 대신해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다.

 

한편 적멸보궁 뒤에 자리한 자그마한 탑비를 만나게 된다. 마애불 탑비로 세존진신탑묘를 상징하는 비라고 한다. 탑비 뒤로 볼록한 부분이 진신사리가 봉안된 곳이라는.....

 

 

적멸보궁을 다시 한번 돌아보면서 하산을 서두른다. 땅거미가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가을에는 주변이 정리된 온전한 적멸보궁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