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제주 명소 보롬왓(바람밭)
제주도는 9월과 10월이되면 하얀 메밀꽃이 한창이다. 메밀은 항산화물질이 풍부하고 소화는 물론 암이나 고혈압, 당뇨, 간기능에도 도움을 주는 건강식품으로 최근 잘 알려진 식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섭님 덕분에(?) 강원도가 주산지인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제주도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35%의 메밀을 생산하는 곳이다. 때문에 메밀꽃 필 무렵이 되면 제주도 전역에서 메밀꽃 축제가 열린다.
제주도에서 잘 알려진 메밀꽃 축제장소는 제주시 오라동이다. 30만평이 넘는 규모로 매년 축제가 열리고 있어 내외지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외에 애월과 조천 등 제주 곳곳에 크고작은 메밀밭이 있지만 오늘 소개하는 '보롬왓'은 '바람밭'이라는 제주어를 의미한다.
보롬왓은 5월과 6월, 9월과 10월 메밀꽃이 필 무렵 메밀에 맞춰 1년에 두번만 개방하는 셈이다. 그 외의 기간에는 수국과 라벤더 피는 시기에 맞춰 작은 축제가 열린다. 하지만 메밀꽃이 피는 시기엔 하얀 소금을 뿌려놓은 듯 장관을 이루기에 메인 축제이면서 가장 아름다운 축제라고 할 수 있다.
메밀밭 옆에는 라벤더와 허브단지와 메리골드가 준비되어 있어 흰색의 메밀꽃과 잘 아어러져 더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보롬왓은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번영로를 타고 표선쪽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에 '표선충혼묘지' 이정표를 보고 따라 약 5분 정도 들어가면 된다.
메밀꽃 축제라고 하지만 한쪽에는 허브와 메리골드가 한창이다. 하얀 메밀꽃과 노랗고 붉은색을 지닌 메리골드는 더 돋보일 수 밖에 없기에 이 곳 보롬왓은 더 특별해지고 이 곳을 찾는 이들에게 더 좋은 추억과 아름다운 사진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은 보이는 만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사진 역시 마찬가지로 피사체와 그 배경을 어떻게 구상하고 배치하는가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여준다. 하얀 메밀꽃이 깔린 메밀밭과 각기 혼자 떨어져있는 세그루의 소나무가 있는 풍경은 제주다운 제주를 보여주는 사진으로 태어난 것 같다.
오름의 왕국 제주는 어디서나 오름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보롬왓 메미밭 한 가운데 분홍색상의 단순한 나무의자가 사진을 찍는데 아주 멋진 포인트가 되어준다. 뒤에는 오름들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역시 제주다운 풍경이다.
메밀꽃을 주인공으로 한 사진은 역시 메밀꽃이 많아야 한다. 그리고 멀리 소나무와 오름 그리고 방풍림이 있고 회색구름이 또다른 색감의 사진을 제공한다. 아쉽다면 휴대폰 카메라의 한계인 화이트밸런스 조절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보롬왓에는 지난해부터 크고 작은 편의시설이 생겨나고 있다. 널찍한 잔디밭 가장자리에는 옹기들이 운치를 더해주고 현대식 건물인 카페 보롬왓이 들어서면서 다양한 차와 커피 그리고 식사가 가능하다. 또한 한쪽 옆에는 파라솔을 이용해 현지에서 생산된 표고버섯과 메밀을 가공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카페 전면에 위치한 넓은 잔디밭에는 독특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어 가족이나 친구단위로 온 관광들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어 더욱 좋다. 넓고 푸른 잔디밭에서 부모와 형제자매가 함께 뛰어노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저녁시간이 되면 카페 뒷 공간에서는 흑돼지를 구워서 판매하기도 한다.
보롬왓에 대한 소식을 듣고 큰 기대없이 찾았지만 생각보다 더 아름답고 풍성한 풍경에 한참을 머물다 발을 돌렸다. 농민들이 협력해서 메밀밭을 일구고 있는 이 곳의 한 농민은 사람이 많이 찾는 것은 오히려 농사에 방해가 된다고 방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제주의 올바른 먹거리를 알리기 위해서 이곳을 개방하고 있다면서 방문하는 이들이 자연을 아끼고 우리것을 사랑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았다.